“주인이 이르되 가만 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들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으라 하리라.” (마태복음 13장 29-30절)
알곡과 가라지는 함께 자란다는 것이 성경이 말해 주는 지혜입니다.
이것은 회피하라는 말이 아니라, 분별의 때를 하나님께 맡기라는 말입니다.
어디든지 가라지는 있습니다.
대개 가라지는 키도 크고, 번식력도 강하고, 알곡의 영양분을 빼앗습니다.
그래도 눈앞의 가라지를 금방 뽑겠다고 달려들지 말아야 합니다.
조급한 마음은 하나님께서 모든 상황을 통제하신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데서 나옵니다.
하나님께서 결국 최종 승리를 주신다는 사실을 신뢰하지 못할 때, 우리는 자꾸 손을 먼저 쓰려고 합니다.
IT 현장에서 만난 가라지
회사 안에도 늘 가라지 같은 존재가 있었습니다.
몇 해 전, 한 팀원이 사사건건 불만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흐려놓곤 했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그를 빨리 내보내야 회사가 평안해질 거라고 했습니다.
매주 회의 때마다 그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올 정도였습니다.
저 역시 몇 번이나 그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밤마다 인사 서류를 들여다보며 해고 사유를 정리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당장 내보내면, 그와 가까웠던 다른 직원들까지 흔들릴 것 같았습니다.
회사 분위기 전체가 더 크게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급하게 뽑아내는 대신,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당장 그를 내보내는 것보다, 그를 둘러싼 팀 전체의 건강을 먼저 살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신 그를 비난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고, 좋은 문화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신입 사원들에게는 더 친절하게, 잘하는 직원에게는 더 분명하게 칭찬했습니다.
회의 시간에도 불평보다는 감사를 먼저 나누는 분위기를 만들려 애썼습니다.
회사 전체에 좋은 씨를 뿌리는 데 집중한 셈입니다.
시간이 지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팀원의 불만은 점점 동료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잃어갔습니다.
오히려 묵묵히 일하던 다른 직원들이 더 신뢰받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조용히 자기 몫을 감당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팀의 중심이 되어갔습니다.
결국 그 팀원은 스스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제가 직접 그를 뽑아낸 것이 아니라, 시간이 그를 드러낸 것입니다.
그날 깨달았습니다. 가라지를 뽑는 일보다, 좋은 토양을 가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도 그 경험은 사람을 대하는 제 태도에 깊은 흔적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추수 때까지 기다리라는 명령
이 비유는 마태복음 13장의 천국 비유 모음 중 하나입니다.
한 사람이 밭에 알곡의 씨를 뿌렸는데, 원수가 밤에 몰래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는 설정입니다.
밭 주인도, 종들도 처음에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싹이 자라고 나서야 비로소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종들은 당장 가라지를 뽑겠다고 나섭니다.
그들의 마음은 선했지만, 그 방법은 성급했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가만히 두라고 말합니다.
가라지를 뽑다가 자칫 곡식의 뿌리까지 함께 뽑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가라지로 번역된 식물은 어린 시절 밀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독보리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뿌리가 서로 얽혀 있어서, 성급하게 뽑으면 둘 다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인의 지혜는 분별보다 인내를 먼저 요구한 것입니다.
성급한 종들의 열심이 오히려 밭 전체를 망칠 수도 있었습니다.
추수 때가 되면 누가 알곡이고 누가 가라지인지 저절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이 비유는 결국 하나님의 시간표를 신뢰하라는 초대입니다.
우리의 눈으로 당장 심판하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추수 때를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조급함은 인간의 것이고, 기다림은 믿음의 것입니다.
가라지를 뽑기보다 좋은 씨를 뿌려야 했던 이유
우리는 종종 가라지처럼 보이는 사람을 빨리 제거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 조급함은 하나님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신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데서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선과 악은 결국 다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악이 잠깐 승리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승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거짓된 영광은 시간이 지나면 다 타 없어져 버립니다.
가만히 기도하며 지켜보면, 악은 대개 제풀에 넘어집니다.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결국 그 자리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외면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한 사람을 밀어내고 나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빈자리를 채우기 마련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조급한 시선일 때가 많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곧 마음에 들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도가 더 관심을 두어야 할 일은 가라지를 뽑는 일이 아니라 좋은 씨를 뿌리고 가꾸는 일입니다.
장로로 살아가면서도 같은 마음을 배웁니다.
교회 안의 불편한 사람을 향해 칼을 빼드는 대신, 내가 심을 수 있는 선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일임을 깨닫습니다.
추수 때는 분명히 옵니다.
그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선을 이루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가라지를 향한 분노 대신, 곡식을 향한 정성으로 오늘 하루를 채워가고 싶습니다.
💭 오늘의 질문
지금 내가 뽑아내려 애쓰는 가라지 대신, 오늘 내가 뿌릴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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